대중문화/영화
'위험한 상견례' : 재밌다고 할 수 없는 웃긴 영화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4. 15. 09:00
● 네이버 평점 : 7.93
● Noin 평점 : ★★☆
극장에서 '줄리아의 눈'과 '위험한 상견례'를 두고 고민을 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치자면 둘 다 제 취향은 아닙니다. 선자는 공포영화이기 때문에 그렇고, 후자는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선자는 제작자가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영화 '판의 미로'의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라는 점에서, 후자는 제가 아끼는 사람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점에서 단칼에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시간 상 '위험한 상견례'를 보는 게 효율적이었던 터라 '줄리라의 눈'을 포기했습니다만, 사실 '위험한 상견례'를 보고 나니 그냥 '줄리아의 눈'을 볼 걸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물론, '헬보이2'에서 맛 본 실망감도 있기 때문에 기예르모 델 토로가 참여한 영화라고 해서 무턱대고 기대할 필요도 없지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위험한 상견례'라는 영화를 말하는 데 일단 일차적으로 말할 것은 이 영화가 송새벽의 영화라는 겁니다. 실제로 영화 내에서 그가 얼마나 빛난는지는 둘 째 치고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에서부터 그러합니다. 그가 주연을 맡는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 영화는 그 어떤 광고효과보다 더 큰 효과를 낸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만큼 '방자전'이나 '해결사', '시라노 연예조작단' 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독특한 매력을 이 배우는 발산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제가 '펠헴123' 감상을 쓸 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배우의 연기가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시나리오 자체가 별로라면 결코 영화는 재미있을 수 없는 법입니다. 솔직히 이 영화에서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는 다 같이 좋습니다. 가장 우려했던 이시영씨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고, 그 외의 배우들 같은 경우는 사실 연기가 좋았다고 평하는 것 자체가 실례인 분들이시죠. 그 분들이 언제 연기로 관객들을 실망시킨 적이 있던가요?
그런 분들이 어떻게 하나같이 이런 시나리오를 선택했을까 하는 게 제 의문입니다. 이 영화. 웃긴 건 사실입니다. 개콘 보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전 개콘이 재미없다고 생각할 때가 있곤 하는 사람입니다-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웃기긴 하되,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이야기의 긴밀성의 부족이고, 다른 하나는 폐휴지와 다를 바 없게 느껴지는 진부함입니다.
먼저 긴밀성부터 말해보도록 하죠. 이 영화 웃기는 장면들로 가득 차 있지만 이 장면들 간의 유기성은 많이 부족합니다. 쌩뚱맞은 컷과 씬의 전환으로 인해 관객들의 감정은 스크린안에 스며들지 못하고, 스크린에서 튕겨져 나갑니다. 때문에 관객들은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가는 지에 대한 자연스러운 감정 이입 없이 그저 웃기는 장면을 보며 웃는 것으로 족해야 합니다. 이는 극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관객들이 아무런 감동도 느낄 수 없는 이유입니다. 두 아버지가 결국 화해를 하고, 사돈의 연을 맺기로 했습니다만, 이를 두고 다행이라며 뿌듯함을 느끼는 관객은 아마도 없었을 겁니다. 그저, 이제 영화가 끝날 때가 됐구나 생각했을 테죠. 만약 시나리오 작가가 이 영화를 웃긴 영화가 아닌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기 원했다면 그 분은 실패한 겁니다. 웃음을 경작했으되, 감동과 여운은 장마비에 어딘가로 쓸려 내려가고 흔적도 없습니다. 이런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설 때 느껴지는 묘한 공허함과 허무함은 제가 싫어하는 기분 중 하나입니다.
이제 진부함을 얘기해 보도록 하죠.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는 바로 사투리입니다. 근데 사실 '사투리'는 더 이상 신선한 소재가 되지 못합니다. 웃음을 만들어내는 장치로써는 아직 쓸만하지만 '황산벌'이 나왔을 때 처럼 이 때문에 영화가 빛나는 경우는 이제 좀처럼 찾기 힘듭니다. 특히 '시라노 연예조작단'에서 특유의 사투리 톤을 통해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송새벽인지라 진부함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신선함과 색다름을 선사하기 위해 나름의 장치를 또 하나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건 바로 남성의 여성성입니다. 남자가 순정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라는 것, 여자 주인공의 오빠가 순정만화 마니아로 여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에서(주인공이 그렸던 만화의 대사를 읆는 장면에서 우린 그의 이런 성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우린 이 영화가 남성의 여성성을 코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소재는 영화에서 크게 부각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계속해서 사투리와 지역감정, 부모의 반대라는 식상하기 그지없는 소재들이 강조되죠. '황산벌'의 경우 사투리가 분명 많은 힘을 보태긴 했습니다만, 잘 짜여진 이야기 구성의 힘을 기반으로 코미디와 진지함을 잘 배합한 영화가 될 수 있었습니다. 관객들이 초반 신경정에서 신나게 웃다가도, 화랑 관창 에피소드에서 자연스럽게 진지해졌다가, 결국 계백장군의 죽음과 김유신 장군의 분노에서 알듯 모를듯한 묘한 애잔함과 분노를 느끼고, 고향에 도착한 거시기를 보면서 잔잔한 미소를 흘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허나 '위험한 상견례'의 경우, 진부한 소재를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도, 독특한 소재를 제대로 살려보려는 시도로 전무합니다. 오로지 이 모든 소재들을 코미디를 위해 쓰고자 하는 노력만이 보일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 웃기되, 재밌지는 않은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코미디 영화가 웃겼으면 재밌는 거지 하고 싶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코미디쇼가 아닌 코미디 영화라면 단순히 웃겨서만은 안 된다고 전 생각합니다. 제가 코미디 영화를 잘 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생각 때문이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만일 여러분이 이번 주에 영화를 보실 생각이시라면 이 영화 대신 오늘 개봉한 '한나'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그 영화를 본 건 아닙니다. 하지만 검증된 실망보단 검증받지 못한 따끈한 신작이 더 현명한 판단이 아닐까요? 물론, 그저 웃고싶은 분이시라면 '위험한 상견례' 나쁘지 않습니다. 송새벽의 팬이시라던가, 오랜만에 얼굴을 내비친 백윤식씨의 팬이시라면 역시 보시길 권합니다. 그렇다고 재밌게 보실 거라 생각은 안 하지만요.
※ 사정 상 이번 감상글엔 사진은 없습니다. ㅜ
● Noin 평점 : ★★☆
극장에서 '줄리아의 눈'과 '위험한 상견례'를 두고 고민을 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치자면 둘 다 제 취향은 아닙니다. 선자는 공포영화이기 때문에 그렇고, 후자는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선자는 제작자가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영화 '판의 미로'의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라는 점에서, 후자는 제가 아끼는 사람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점에서 단칼에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시간 상 '위험한 상견례'를 보는 게 효율적이었던 터라 '줄리라의 눈'을 포기했습니다만, 사실 '위험한 상견례'를 보고 나니 그냥 '줄리아의 눈'을 볼 걸 그랬나 싶기도 합니다. 물론, '헬보이2'에서 맛 본 실망감도 있기 때문에 기예르모 델 토로가 참여한 영화라고 해서 무턱대고 기대할 필요도 없지 하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위험한 상견례'라는 영화를 말하는 데 일단 일차적으로 말할 것은 이 영화가 송새벽의 영화라는 겁니다. 실제로 영화 내에서 그가 얼마나 빛난는지는 둘 째 치고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것에서부터 그러합니다. 그가 주연을 맡는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 영화는 그 어떤 광고효과보다 더 큰 효과를 낸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만큼 '방자전'이나 '해결사', '시라노 연예조작단' 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독특한 매력을 이 배우는 발산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제가 '펠헴123' 감상을 쓸 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배우의 연기가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시나리오 자체가 별로라면 결코 영화는 재미있을 수 없는 법입니다. 솔직히 이 영화에서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는 다 같이 좋습니다. 가장 우려했던 이시영씨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고, 그 외의 배우들 같은 경우는 사실 연기가 좋았다고 평하는 것 자체가 실례인 분들이시죠. 그 분들이 언제 연기로 관객들을 실망시킨 적이 있던가요?
그런 분들이 어떻게 하나같이 이런 시나리오를 선택했을까 하는 게 제 의문입니다. 이 영화. 웃긴 건 사실입니다. 개콘 보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전 개콘이 재미없다고 생각할 때가 있곤 하는 사람입니다-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웃기긴 하되,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두 가지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이야기의 긴밀성의 부족이고, 다른 하나는 폐휴지와 다를 바 없게 느껴지는 진부함입니다.
먼저 긴밀성부터 말해보도록 하죠. 이 영화 웃기는 장면들로 가득 차 있지만 이 장면들 간의 유기성은 많이 부족합니다. 쌩뚱맞은 컷과 씬의 전환으로 인해 관객들의 감정은 스크린안에 스며들지 못하고, 스크린에서 튕겨져 나갑니다. 때문에 관객들은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흘러가는 지에 대한 자연스러운 감정 이입 없이 그저 웃기는 장면을 보며 웃는 것으로 족해야 합니다. 이는 극의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관객들이 아무런 감동도 느낄 수 없는 이유입니다. 두 아버지가 결국 화해를 하고, 사돈의 연을 맺기로 했습니다만, 이를 두고 다행이라며 뿌듯함을 느끼는 관객은 아마도 없었을 겁니다. 그저, 이제 영화가 끝날 때가 됐구나 생각했을 테죠. 만약 시나리오 작가가 이 영화를 웃긴 영화가 아닌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기 원했다면 그 분은 실패한 겁니다. 웃음을 경작했으되, 감동과 여운은 장마비에 어딘가로 쓸려 내려가고 흔적도 없습니다. 이런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설 때 느껴지는 묘한 공허함과 허무함은 제가 싫어하는 기분 중 하나입니다.
이제 진부함을 얘기해 보도록 하죠. 이 영화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는 바로 사투리입니다. 근데 사실 '사투리'는 더 이상 신선한 소재가 되지 못합니다. 웃음을 만들어내는 장치로써는 아직 쓸만하지만 '황산벌'이 나왔을 때 처럼 이 때문에 영화가 빛나는 경우는 이제 좀처럼 찾기 힘듭니다. 특히 '시라노 연예조작단'에서 특유의 사투리 톤을 통해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송새벽인지라 진부함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신선함과 색다름을 선사하기 위해 나름의 장치를 또 하나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건 바로 남성의 여성성입니다. 남자가 순정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라는 것, 여자 주인공의 오빠가 순정만화 마니아로 여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에서(주인공이 그렸던 만화의 대사를 읆는 장면에서 우린 그의 이런 성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우린 이 영화가 남성의 여성성을 코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소재는 영화에서 크게 부각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계속해서 사투리와 지역감정, 부모의 반대라는 식상하기 그지없는 소재들이 강조되죠. '황산벌'의 경우 사투리가 분명 많은 힘을 보태긴 했습니다만, 잘 짜여진 이야기 구성의 힘을 기반으로 코미디와 진지함을 잘 배합한 영화가 될 수 있었습니다. 관객들이 초반 신경정에서 신나게 웃다가도, 화랑 관창 에피소드에서 자연스럽게 진지해졌다가, 결국 계백장군의 죽음과 김유신 장군의 분노에서 알듯 모를듯한 묘한 애잔함과 분노를 느끼고, 고향에 도착한 거시기를 보면서 잔잔한 미소를 흘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허나 '위험한 상견례'의 경우, 진부한 소재를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도, 독특한 소재를 제대로 살려보려는 시도로 전무합니다. 오로지 이 모든 소재들을 코미디를 위해 쓰고자 하는 노력만이 보일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 웃기되, 재밌지는 않은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코미디 영화가 웃겼으면 재밌는 거지 하고 싶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코미디쇼가 아닌 코미디 영화라면 단순히 웃겨서만은 안 된다고 전 생각합니다. 제가 코미디 영화를 잘 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생각 때문이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만일 여러분이 이번 주에 영화를 보실 생각이시라면 이 영화 대신 오늘 개봉한 '한나'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그 영화를 본 건 아닙니다. 하지만 검증된 실망보단 검증받지 못한 따끈한 신작이 더 현명한 판단이 아닐까요? 물론, 그저 웃고싶은 분이시라면 '위험한 상견례' 나쁘지 않습니다. 송새벽의 팬이시라던가, 오랜만에 얼굴을 내비친 백윤식씨의 팬이시라면 역시 보시길 권합니다. 그렇다고 재밌게 보실 거라 생각은 안 하지만요.
※ 사정 상 이번 감상글엔 사진은 없습니다. ㅜ
![]() |
상세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