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찰
실패하려면 대학을 이렇게 다녀라?
騎虎之勢
2010. 10. 26. 19:31
하루 강의가 끝나고 발걸음도 가볍게 강의실을 빠져 나간다.
곧장 집으로 가려는데 친구들이 당구 한 게임만 치고 가자고 한다.
치다 보니 금방 서너 게임으로 이어진다.
당구장을 나서니 배가 출출하다.
주변의 음식점에서 새어 나오는 삼겹살 굽는 냄새가 더욱 입맛을 자극한다.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친구 한 녀석이 제안을 한다.
"야! 오늘 내가 한 잔 쏠게!"
"오 예! 역시 너는 영원한 내 친구, 브라보!"
삼겹살에 소주는 언제 먹어도 궁합이 너무 잘 맞는다.
빈 소주병의 숫자가 하나 둘씩 늘어갈수록
안주 감은 더욱 풍성해진다.
고리타분한 교수의 지루한 강의에서부터
깐깐한 과 선배의 험담하며,
건방진 후배 녀석의 태도에 이르기까지
레퍼토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끝없이 이어진다.
거나해진 채 깊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손과 눈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리모컨을 찾는다.
언제 켜도 심야의 TV프로는 신나고 재미있다.
그 프로가 끝난 후 이러저리 채녈을 돌려 본다.
갑자기 싸이 홈피에 친구들이 글을 남겼는지 궁금해진다.
오늘도 잊지 않고 그들은 나를 찾아 주었다.
의리있고 고마운 녀석들.....
열심히 리플을 달고 답례로 일촌들을 방문한다.
어느새 시계바늘은 2시를 넘어 3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졸음이 와서 잠을 잔다.
자다 보니 어느새 등교할 시간이다.
자도 자도 잠은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부랴부랴 세수하고 허겁지겁 집을 달려 나간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주말이 왔다.
프로 축구, 프로 야구, 프로 농구, 프로 배구의 열기가 뜨겁다.
게다가 프리미어 리그까지 나를 즐겁게 해준다.
노래방, 게임방, 비디오방도 한창이다.
과모임, 동아리 체육대회, 동창회, MT 등으로
주말은 평일보다 더 바쁠 때가 많다.
대학생활 하다 보면 늘 그러려니 하게 되고,
바빠 죽겠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바쁜 일상을 은근히 즐긴다.
그러다가 일 주일, 한 달, 한 학기, 일 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가끔은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어 가슴이 덜컥 내려 앉기도 하지만,
인생에서 무엇을 추구할 것인지 삶의 목표가 분명하지 않기에
대학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 하는지,
졸업을 하고 나서는 무슨 일을 하며 가장 자기답게 살아야 할 것인지,
막막하고 답답해 입맛이 달아날 때도 있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떠랴.
때 되면 축제도 하고, 때 되면 체육대회도 하고,
때 되면 어김 없이 방학도 찾아온다.
상식을 모두 따라가다 보면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몸에 밴 습성들,
오늘의 나를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는 주변의 갖은 유혹들,
땀 흘리기보다는 땀 안 흘리기를 원하는 무사안일의 관행들,
이 모든 것들을 과감히 거절하고 물리치지 않는 한,
이런 대학생은 4년의 대학생활을
물결 따라 정처없이 떠도는 뗏목처럼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 날 조용히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작년에 어떤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떠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