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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대중문화 騎虎之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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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복자살에서의 죽음의 미학(美學)

 
  자살이란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할복(割腹)식 자살은 일본만의 독특한 자살 방식이다. 게다가 가이샤쿠(介錯 : 할복하는 사람의 목을 침, 또는 그 사람)라는 진귀한 자살 방조의 풍습도 일본에만 있다. 보통, 자살은 남의 눈을 피하여 혼자서 하는 것이지만, 일본의 할복은 공개되어 행해지는 것이 특색이다. 할복은 "배를 가르는 것"이지 "배를 찌르는 것"이 아니다.

  일본 무사의 할복은 어저면 전세계의 남녀모소를 불문하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할복의 독특함은, 일본도(허리에 차는 호신용의 작은 칼이나 단도)로 찌른 다음에 옆으로 절단해 가는 방법으로, 이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할복은 반 강제로 행해지는 일도 있어서 가이샤쿠라는 협박 시스템이 필요했었는지도 모르며, 잘못한 할복에서 오는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수단이었다고도 생각된다. 또는 할복의 장면이 실수한 할복으로 더럽혀지는 것을 방지할 의도에서, 할복자의 목을 치는 방조(傍助) 수단이 필요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실수한 할복 자살자가 고통 때문에 뒹굴며 괴로워하는 광경은 분명코 아름다운 장면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할복자살은 아름다운 죽음이 아니면 안되고, 무사들은 정신적 훈련에 의하여 오늘도 죽고 내일도 죽고 매일 죽음으로 이 죽음의 미학 속에서 생사를 초월하려고 하였으리라.

  무사들의 할복자살이란 "자르기 지향" 문화의 상징적 의식이기도 하다. 불명예스러운 자신을 잘라버림으로써 다른 사람의 명예를 살리고자 하는 식의 자살이었다. 즉, 개인을 잘라버림으로써 남은 집단원 전원을 미화시키려고 한 것이다.

  근래 할복자살에 관한 예를 들어 본다면, 종전 직후 요요기 연병장(현재 메이지 신궁의 외원(外苑))에서 다이토(大東) 학원의 원장 가게야마 쇼지(影山正治)의 문하생인 가게야마 쇼헤이(影山壓平 : 1886∼1945) 이하 14명이 할복자살하여 종전에 항의했다. 작가인 미시마 유키오(三島有紀夫 : 1925∼1970 전후의 극작가, 소설가)는 사무라이(무사)식 할복자살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는 일본도를 사랑했고, 무사도를 사랑했으며, 검도를 사랑했다. 그의 소설 『검(劍)』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미시마 유키오는 1970년 11월 25일, 도쿄 이치가야의 자위대 동부 방면 총감부로 그의 사병 "다테노카이(楯の會: 천화 옹호 모임)"의 멤버 4명을 거느리고 난입했다. 발코니에서 연설한 뒤, "천황폐하 만세"를 삼창하고 안쪽에 있는 총감실에서 자결했다. 그의 작품 『분마(奔馬)』의 마지막 줄은 그 행위를 예언한 것이라고 말해지고 있다.




주관중, 『자르기 지향의 일본인』(서울: 21세기북스, 1993), pp. 5∼6.  
사진 출처 : 허동현 교수와 함께하는 한국 현대사 산책 - 일본사 사진 자료실


 

Posted by 騎虎之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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