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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대중문화 騎虎之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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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대니 보일

출연 : 제임스 프랭코 외.

네이버 네티즌 평점 : 8.05

Noin 평점 : ☆☆☆☆

 

네이버 줄거리

살고자 하는 의지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

남은 건 오직로프, 칼 그리고 500ml 물 한 병뿐상상조차 할 수 없는 127시간의 간절한 사투가 시작된다! 2003년 미국 유타주 블루 존 캐년, 홀로 등반에 나선 아론(제임스 프랭코)은 떨어진 암벽에 팔이 짓눌려 고립된다. 그가 가진 것은 산악용 로프와 칼 그리고 500ml의 물 한 병이 전부. 그는 127시간 동안 치열한 사투를 벌이며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되고 이 과정에서 그는 친구, 연인, 가족 그리고 그가 사고 전에 만난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마침내 살아남기 위한 결심을 굳히고, 탈출을 위해서는 자신의 팔을 잘라야 하는데……


무언가의 소중함은 그것을 잃었을 때 알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말의 의미를 몸으로 깨달은 경험이 있는데, 바로 군복무 시절입니다. 10시간이 넘게 가라 군장을 메고 행군을 할 때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머릿속으로 짬뽕이니, 순대국밥이니 하는 음식들을 먹는 상상을 하던 기억이 납니다. 1억을 줘야 한다면 물론 있다는 전제 하에서- 당장 주고 사먹고 싶을 정도였죠. 배 부르다며 순대국밥의 순대를 다 먹지도 않고 가게를 나왔던 과거의 저를 저주하고만 싶을 정도였습니다. 저야 인성이 많이 부족하니 이 정도로 그만이지만, 이등병 시절 어머니와의 전화통화에서 울컥 울음을 터뜨렸다는 효자도 있고,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반추하며 앞으로의 생을 결심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인간은 참으로 간사한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언가를 잃고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니 말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자신이 도움을 주었던 여자들이 초대한 파티에서 맥주를 마시고, 음료를 마시는 상상을 하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지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자 라는 메시지가 인상 깊었던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이 영화를 시련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네요.



  산악과 협곡을 타는 행위는 아론에게 있어 도시적 일상에서의 탈피입니다. 캐년은 그에게 있어 고향, 혹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마당과 같은 곳이죠. 일상을 가득 채우던 그 모든 것들,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좋아하는 공간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자유롭게 누비는 상상을 우린 누구나 합니다. 특히 그 공간이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저녁 노을을 보며 함께 했던 곳이라면 더욱 그렇지요. 캐년은 아론에게 있어 그런 공간입니다. 우린 그를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 할 수도 있겠죠.

그런 그가 그만 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바위와 암벽 사이에 팔이 끼어 옴짝달싹도 못하게 된 겁니다. 127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모든 합니다. 물이 다 떨어지자 자신의 소변을 마시기 시작하고, 물론 아실 분은 다 아시겠지만 자신의 팔을 절단하기 까지 하죠. 하지만 사실 제가 주목한 건 그의 생존방법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가 보았던 환각들 입니다.


특히 어린 시절 자신을 보게 되는 환각이죠. 어린이 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마 순수성일 겁니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의미에서의 백치가 아니라, 그 모든 의무와 역할을 벗어 던진 채 존재하는 나라는 존재로서의 순수입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던 물질에 대한 욕망이 극이 진행되어감에 따라 사라지고, 헤어진 연인과 가족들이 나타나더니 이내 어린 시절의 그 자신이 그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은 그가 죽음을 직면하는 시련을 통해 자기 자신을 대면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련 속에서 우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풍족했었는지, 또 소중한지 깨닫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건 부수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시련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우리에게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준다는 겁니다.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말해줍니다. 우리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알게 합니다. 우리가 살고 싶은 삶을 알게 합니다. 그리고 얼마나 그것을 간절하게 원하는지 알게 합니다.


  그리고 가장 순수하게 우리 자신을 대면하게 합니다. 어떤 삶을 살아온 사람이나 어떤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을 떠나 그냥 우리 자신을 보게 합니다. 너무 추상적이게 들리시나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을 얼마나 잘 알고 계신가요? 여러분은 과연 누구인가요? 누구의 자식이나, 누구의 상사, 남자나 여자나, 어느 학교의 몇 기 졸업생이 아니라, 국수주의자, 신자유주의자, 민주주의자를 떠나 순수하게 당신 자신은 누구인가요? 그냥 나 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말로 내뱉는 그냥 나와 죽음을 마주한 채 대면하게 되는 순수한 나는 좀 다를 겁니다. 앎과 깨달음의 차이겠죠. 안타까운 건 대부분의 경우 우린 이런 극한의 시련 속에서야 우리 자신을 대면하게 된다는 겁니다. 인간이란

여하튼 시련을 통해 자신을 마주한 아론은 결국 살아남습니다. 아내를 만나고 아이를 낳게 되죠. 다시금 도시적 일상으로 돌아와 일상을 살아가고, 일탈을 위해 산악과 협곡을 탑니다. 그의 삶은 이전과 비슷하지만 이전과 아주 다릅니다.


  영화 자체가 이야기의 내적 정합성을 따져야 하는 영화가 아니기에 그에 관한 말을 딱히 하기는 힘든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극 전반을 가득 메우는 아름다운 영상과 감성을 울리는 음악, 제임스 프랭코의 훌륭한 연기, 그리고 이 모든 요소를 적절히 융합시킨 감독의 연출은 관객들로 하여금 주인공 아론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합니다. 그가 팔의 동맥을 자를 때 무표정을 유지하거나, 결국 그가 팔을 잘라내고 구조를 받게되는 순간 해방감, 자유로움이라는 그 순수한 기쁨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만, 만일 여러분이 쏘우 같은 영화를 절대로 보지 않는 그런 류의 분이시라면, 솔직히 권해드리고 싶진 않습니다. 뼈를 부러뜨리고 살을 찢고, 동맥을 끊어내는 걸 참을 수 있으신가요?

그럼, 꼭 보십시오. 영화라는 대리 체험을 통해 순수한 여러분 자신까지 대면하실 수 있으시다면 더욱 좋을 겁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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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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