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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대중문화 騎虎之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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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26 유재하, 천재에게만 주어진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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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11월1일. 25살의 한 청년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등졌다. 앨범 한장으로 우리나라 가요의 수준을 한단계 이상 끌어올린, 앞으로 얼마나 더 엄청난 작품을 낼지 몰랐을 그가 바로 "유재하"였다. 클래식에 바탕을 두고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과 "봄,여름,가을,겨울" 등의 활동을 통해 젊은나이에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힌 그는 시적인 노랫말과 그에 걸맞게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냈었다.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연주까지도 다재다능했던 그가 단 한장의 앨범만을 남긴채 사라진 아쉬움을, 그렇게 가는 것이 당연하리만큼 천재였다는 걸로 위로하기엔, 그가 노래한 아름다움이 너무 크게 느껴진다. 그를 추종하고 숭배하는 그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그토록 노력하고 염원해도 아직 넘지 못하는 그 벽처럼.
 

시로 쓰고 음으로 노래한 아름다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를 한단어로 평하자면 "아름답다"가 가장 어울릴 것이다. 이 앨범에서 유재하가 들려주는 가사와 가락은 대중가요가 어떻게 하나의 음악이 되는지, 왜 음악은 예술인지, 그런 예술이 주는 감동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수 있게 해준다. 우선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했고 심지어 클래식으로도 연주되는 타이틀곡인 "사랑하기 때문에"를 비롯해 "그대 내 품에", "가리워진 길", "지난 날", "우울한 편지" 등 앨범 수록 곡들은 하나같이 다 그 멜로디가 아름답다. 또, 그 멜로디에 실린 가사들도 "가리워진 길"에서의 시적 대구의 활용과 "내 마음에 비친 내모습", "우울한 편지"에서 나타나는 자기 성찰적인 내용에서 보이듯, 평범한 사랑타령이나 요근래 대세인 직설적인 표현과는 달리 시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아름다움은 <사랑하기 때문에>가 지닌 가장 큰 미덕이자 가장 중요한 의미이다.
 

  사실 요근래 전세계 대중음악의 트렌드랄 수 있는 힙합, R&B, 일렉트로니카, 라운지 등은 비트와 리듬이 그 중심에 있다. 여기엔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몇 몇 발라드 곡들을 제외하고는 -심지어 미디엄 템포의 경우는 발라드임에도 멜로디 보다는 비트와 리듬에 중점을 두기도 한다- 전부다 멜로디라인 보다는 비트로 때리거나 리듬으로 전개한다. 물론 심장을 뛰게하는 강렬한 비트나 뛰어난 감각의 그루브한 리듬도 듣는 이로 하여금 음악을 즐기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음악은 어디까지나 듣는 사람의 감성에 호소하는 -물론 일부의 전문 음악인들은 이성으로 음악을 들어야 하는 고통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것이기에 기계적인 비트나 일반인들이 구체화시키기 힘든 리듬보다는, 지극히 정서적이고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가 음악적으로 대중들에게 더 쉽게 받아들여지고 더 큰 감동을 전달 할 수 있다. 그럼 점에서 '아름다운 멜로디'는 대중음악이 갖춰야할 제일 중요한 덕목중 하나랄 수 있는데, 그 덕목을 이 <사랑하기 때문에>는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지극히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이 앨범의 수록곡들을 가만히 뜯어보면 "Minuet" 같은 클래식 소품에서 "텅빈 오늘밤" 같은 클럽 밴드곡에 이르기까지 클래식과 재즈, 락 등등 유재하의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기본적으로 클래식을 배우고, 조용필, 김현식, 이문세 같은 당시 거물 음악인들과의 교류를 통해 대중음악에 대한 견문을 넓힌데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그처럼 다양한 악기를 이용해 다양한 음악적 성취를 이루면서도 그가 "아름다움"이라는 명제를 끝까지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랑하기 때문에"를 예로 들면 클라리넷, 플롯과 여러 클래식 현악기들로 시작해서 간주부분에 일렉기타와 드럼으로 넘어가는 부분, 다시 그 둘이 조화를 이루는 부분등은 지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아름답다. 소위 말하는 퓨전이랄 수 있고, 실험이라면 실험이랄 수 있는 음악을 시도하면서도 "유재하"는 미학적 가치를 이룬 것이다.
 

  사실 유재하가 오늘날 우리 대중음악에 끼친 영향력은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이 앨범 한 장으로 이뤄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다. R&B에 밀리기 전까지 대세였고 지금도 명맥이 유지되는, 소위 말하는 "한국형 발라드"의 원조격도 유재하라 할 수 있고 지금은 그 의미가 조금 퇴색되는 것 같아 씁쓸한, "싱어송라이터"의 표본을 제시한 것도 유재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그가 음악계에 끼친 영향력, 또는 그의 음악적 넓이나, 악기에 대한 능력, 작사가로서의 재능 등등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그의 음악을 들으면 그의 음악적 가치를 알 수 있다. 그냥 "사랑하기 때문에" 한 곡만 들어보면, 그가 사람의 감성을 이끌어내는 도구로써 음악을 얼마나 잘 용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곡이 어떤 코드로 진행되고, 어떤 극적 변화를 가지며, 어떤 악기를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해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대다수의 "대중음악청자"에게 가장 큰 선물은 아마도 "정서적 풍요로움"일 테다. 이를 사정없이 몰아주는 "사랑하기 때문에"는 그래서 아직도 가장 사랑받는 음반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출처 : Naver Music
 
Posted by 騎虎之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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