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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와 대중문화 騎虎之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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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햄123'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1.03.12 펠햄123 : 나는 그를 영웅이라 부를 수 없다.


 



 장르 : 액션 스릴러

 감독 : 토니스콧

 배우 : 덴젤 워싱턴, 존 트라볼타 등.

 네이버 평점 : 6.76

 Noin 평점 : ★★

 

- 기본 줄거리

PM1:23 뉴욕 지하철이 멈춰 섰다! 뉴욕 도심 한복판, 펠햄역에서 오후 123분에 출발하는 열차펠햄123가 납치당한다. 지하철 배차원 가버(덴젤 워싱턴)는 선로에 갑자기 멈춰선 펠햄123호와의 접촉을 시도하지만, 테러조직의 우두머리 라이더(존 트라볼타)와 교신이 된다.

 PM2:13 제한시간 한 시간, 요구사항 천만 달러! 라이더는 가버를 협상자로 선택하고, 뉴욕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정확히 한 시간 안에 현금 천만달러를 요구한다. 그는 1분 늦을 때마다 인질을 한 명씩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PM3:13 사상 최악의 협상, 천만달러는 미끼에 불과 했다! 뉴욕의 교통이 마비된 가운데, 제한 시간 몇 분을 남겨두고 현금 수송 차량이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라이더는 약속 시간을 어겼다며 가차없이 인질을 사살해나간다. 이제 뉴욕 시민의 목숨을 구하려면 가버가 직접 지하철로 뛰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테러범들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천만달러는 미끼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1998년에 스네이크 아이즈』라는 영화가 개봉했었습니다. 요새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한 때 가장 잘나가는 헐리우드 배우 중 하나였던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하고, 미션투마스, 칼리토, 미션임파서블 등을 감독했던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연출을 맡았던 영화였죠.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던 액션영화였습니다. 그런데, 펠햄123의 리뷰를 쓰면서 갑자기 10년도 더 된 영화 이야기를 꺼내니 좀 생뚱맞죠? 그러게 말입니다. 왜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스네이크 아이즈가 떠올랐던 걸까요?

 

영화를 다 보고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곤 발견했죠. 스네이크 아이즈라』의 주인공인 릭에겐 감정이입이 참 잘됐었는데, 『펠햄123』의 주인공인 가버에겐 감정이입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저 자신을 말입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시장은 가버에게 말합니다. “당신이 뉴욕을 구했습니다.”라고 말이죠. 근데, 전 그 대사가 어찌나 듣기 싫던지, 귀가 다 간지러워져서 새끼 손가락으로 마구 후벼 파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영화는 내내 가버를 영웅으로 치켜세웁니다. 초능력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누구나 다 인정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영웅이라는 듯이 말이죠. 하지만 솔직히 말해 전 가버를 영웅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굉장한 위선자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군요.




스네이크 아이즈』에서 릭은 부패한 경찰입니다. 누가 봐도 절대 모범적이라고 부를 수 없는 공무원이요, 사람이죠. 그런 사람이 수수께끼 같은 살인사건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는 진범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스네이크 아이즈』에서 제가 릭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던 건 그가 나쁜 놈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나쁜 놈에게 감정이입이 될 정도로 나쁜 놈은 아니거든요, 제가. 그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사건을 통해 변했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대적하게 되고,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나도 삶을 개같이 살았지만 말야. 그래도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은 안 넘었어. 근데 넌 그 선을 넘고 만 거야.”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면 릭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의 책임을 그에게 넘겼을 겁니다. 하지만 사건의 진범을 깨닫고, 그 진범을 잡을 수 있는 건 오로지 그뿐이었죠. 책임을 전가할 사람도, 물러설 곳도 없는 상황에서 릭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된겁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는 굴복하지 않습니다. 나쁜 놈이 더 나쁜놈 앞에서 용기를 내어 뭔가 일을 내는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잃었던 것, 포기했던 것을 다시금 얻게 되죠. 진범을 잡은 뒤 영웅이 된 릭은 매체의 관심 때문에 오히려 곤욕을 치르게 됩니다. 여태까지 저질렀던 모든 잘못된 행위들이 방송을 타고 고소를 당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그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거나, 화를 내거나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저질렀던 일에 대한 대가를 받아들이면서 미소를 짓죠. 관객이었던 저 역시 그를 따라 미소 지으며 엔딩 크레딧을 봤습니다.





  반면 펠햄123』 가버는 흠 잡을 게 없는 사람입니다. 배려심 깊고, 신뢰할 수 있는 평한 직장동료이자, 유머감각도 있고, 정의감도 있으며, 용기까지 있는 사람이죠. 근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으며, 실제로 뇌물을 받았다는 겁니다.

 

영화는 그의 뇌물수수를 갖은 방법으로 포장합니다. 일단 먼저 뇌물을 받지 않았어도 그들(전동차 만드는 일본기업)을 추천해주었을 것이라고 하고, 그 다음으로는 돈을 자녀 학자금으로 썼다고 말하며, 또한 자신의 잘못을 밝히는 걸 통해서 목숨을 구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런 설정에 저는 이렇게 묻고만 싶어집니다. 그렇게 그들을 추천할 거면 굳이 뇌물을 왜 받았으며, 쓰임새만 그럴듯하면 모든 뇌물수수는 다 동정적으로 봐야 하는 게(왜 자녀들 학업 때문에 불법적으로 주소이전을 하는 나랏님들이 생각나는지…) 옳은 건지 하고 말입니다.





 전자의 영화에서 릭은 자신이 나쁜 놈임을 인정합니다.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죠. 반면, 후자의 경우엔 영화 전체적으로 가버의 도덕성, 그의 정의감과 모범성을 부각시킵니다. 하지만 이는 뇌물수수라는 사실과 굉장한 모순을 만들어냅니다. 그가 사실을 인정하기 전까지 모든 관객들은 그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자리에서 밀려난 것으로 짐작했을 겁니다. 그의 자리를 꿰찬 인물은 능력 있는 주인공을 시기하는 능력은 개뿔도 없으면서, 권력욕만 있는 심술보와 같은 인상을 풍기는데, 이것이 그러한 추측을 더 그렇듯하게 만들죠. 영화는 내내 신념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하는 만큼의 대가도 받지 못한 채 살고 있다고 말하는 듯 보입니다. 존트라볼타 자신이 그러한 메시지의 전달자 역을 맡고 있죠. 하지만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존트라볼타가 맡은 역도, 가버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존재가 되지 못합니다. 결국 돈 욕심으로 사람을 죽인 인간이나(그의 첫 범행 역시 억울한 누명이 아니라 단순 돈 욕심으로 보이는데요), 정말로 뇌물을 받은 인간이나 오십보 백보라는 겁니다. 분명 부도덕한 인간이면서 한껏 착하고 모범적인 시민으로 포장되는 가버의 영웅기는 진실되기 보다는 가식적이라는 표현을 붙이기에 딱 맞습니다. 그의 정의감 넘치는 행동이 뇌물수수라는 돌부리에 매번 걸려 뒤뚱거리는 꼴이 되는 거죠.





 반면, 결코 모범적이라고 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가식 없이 내보였던 릭의 경우는 사건 전개에 맞춰 변화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고, 기대하게 하며, 마침내 흐뭇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보다 못한, 혹은 우리보다 악한 사람들이 한계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모습은 우리에게 인간성에 대해 믿음을 가지게 합니다. 사람은 충분히 변할 수 있으며, 나아질 수 있다는 거죠. 그게 누구이든지 간에 말입니다.

 

원작이 어땠는지는 몰라도 이 영화, 잘 만들어진 액션영화라 할 수 없습니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클라이막스 부분의 구성 문제를 떠나 캐릭터 설정 자체에 있어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토니스콧의 화면 편집 기술이 얼마나 인상적인가를 떠나, 배우들이 얼마나 연기를 잘했는지를 떠나 시나리오 자체의 문제인 겁니다.

 

뇌물수수를 받은 사람이 도시를 구했다. 괜찮습니다, 이거. 착하디 착한 사람이 도시를 구했다. 낯간지럽지만 괜찮습니다, 이것도. 그런데 뇌물수수를 받은 착하디 착한 사람이 도시를 구했다? 솔직히 말해, 전 이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론 뉴욕시의 부도덕성, 현대 사회의 부도덕성을 조롱하고자 한 게 이 영화의 목적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신의 업무에는 아무런 신념도 없는 시장(불륜을 저질렀죠, 게다가)에 돈을 갖고 튀자고 얘기하는 경찰들, 책임감 없는 행동을 보이는 가버의 동료들, 사랑한다는 말에 전혀 진실함을 느낄 수 없는 코미디 커플까지 인물들의 모습을 봤을 때, 오히려 그렇게 보는 게 이 영화를 좋게 보는 방법일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게 보면괜찮은 영화일 수도?? 아무튼 가버를 영웅이라고 할 수 없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

 

존 트라볼타는 없지만 다코다 패닝이 있는 토니스콧과 덴젤워싱턴이 함께 한 작품이 있습니다. 『맨 온 파이어』입니다. 개인적으로 참으로 좋아하는 액션영화인데요. 둘이 만든 수작을 보고 싶으시다면 『펠햄123』 보다는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펠햄123, 정말 할 거 없으실 때 보십시오.(언제나 느끼는거지만, 좋은 영화는 사람을 참 겸손하게 만드는 반면, 반대의 경우는 사람을 참으로 거만하게 만듭니다.)

펠햄123 상세보기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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